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執筆/당연한 것의 몰락

3.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지 마라! 니 회사가 아니다.

by DeungZan 2024. 11. 3.

 

1년 여 전 즈음까지 약 2.6년을 다닌 'OO솔루션'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에서 가장 깊은 인상은 준 것은 이 곳의 '사장님(Boss)'이었는데,

이 분을 표현하기에 여러 형용사와 수식어를 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가르침 또한 있던 분이었기에 좋은 생각으로 좋은 글만 남기려 한다.

 

여튼, 이 분과 함께 지내는 기간 동안 여러 말씀으로 놀라게도 하고, 실망시키기도 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갖게도 하셨지만 잊혀지지 않는 말씀 가운데, 직원들을 모아놓고 훈시를 하면서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지 말아라! 이 회사는 내 회사니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은 나만 있으면 되고, 니들은 니들 각자의 일에 주인의식을 가져라. 니들이 지금하고 있는 일이 니들 이력서에 한 줄로 들어가려면 그리고, 니들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니들 하는 일을 설명하면서 쪽팔리지 않으려면 내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니들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그 일의 결과를 니들 스스로 책임진다고 생각하고 일해 봐라!'였다. 

 

물론, 윤색하고 각색은 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인의식'이라는 관념과 거의 100% 같았다는 생각에 조금 놀라기도 했던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이 분은 IT란 단어보다 전산이란 단어를 더 많이 쓰고, IT 업계에 있지만 IT를 잘 모르며 미래 보다는 과거의 어떤 시간에 대한 대화를 더 즐겨하는 그리고, 자기 얘기만 하는... 꼰대스럽고 고집센 양반이었기에 당연히 '주인의식'을 얘기할 때 Professionalism이나 Specialist 보다는 조직에(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장이 하란대로 해라... 식의) 순응하고 회사와의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조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기저에 갖고 있었기 때문일테다.

 

몇 일 전에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마케팅팀 팀장이 들어와서 내게 고민을 얘기하고 간 적이 있다. 우리 부서 팀장 중에서도 내가 가장 신뢰하는 팀장이고 지금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후배기도 했다. (편의상 이 친구를 A라고 하겠다.)

 

A는 다른 팀장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면서 학벌이나 이전 경력도 크게 경쟁력이 없을 뿐 아니라 마케팅 또한 전공이 아니어서 지금으로선 이 회사가 커리어 하이(Career High)인 친구다. 

어느 날 한 가지 고민이 있다라면서 애기를 꺼냈는데, 얘기인 즉은 본인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자신감도 있어보이고..) 그런데, 인정을 받는 이유가 여러부서에서 요청하는 일들을 누수 없이 꼼꼼하게 처리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Special한 결과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아웃풋낼 뿐 아니라 많은 업무를 몇 안되는 구성원들과 나름의 체계와 절차를 정립하여 팀빌딩 또한 잘 되어있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마케터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욕망과 지금 회사의 인정과 성과에서 오는 안전성 가운데 본인은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역량을 높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다.

전략기획 전문가로서의 삶, 현대OOOOO에서 경영전략 담당자로서의 삶.

전자의 삶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면서 주경야독 하는 대학원 경험도 있고, 회사에서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일에 매료되어 일 자체를 즐거워하며 어떤 때는 그 일은 전사에서 나 밖에 해결할 사람이 없고, 내 윗 직급들 중 누구도 나보다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을 없다는 자뻑에 빠져살았던 적이 있다.

2018년 12월 31일 그 현대OOOOO를 퇴사하고 난 후에야 나는 내가 '경영전략, 전략기획'이란 직무에 있어 대외 경쟁력이 그 다지 높지 않다라는 것과 그 회사를 나오고 나니 나에 대한 장점(그 회사를 잘알고 있다라는 것..) 중 80%가 빠져나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됐다. 많은 상실감을 가졌던 가장 큰 이유가 무얼까 생각해 보면 나는 '경영전략, 전략기획'이란 직무의 전문성 혹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보다는 회사를 이해하고, 회사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회사를 위한 미래를 그리고 전하는데에 절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써 왔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부 때부터 경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경력의 반 정도는 UI 기획이나 서비스 기획 분야에 있었으니 전략기획의 출발점 조차도 남들보다 한 참을 늦었기도 했다. 

 

어쨌든, '주인의식'이라는 컨텍스트에서 우리는 특정 회사에 혹은 특수한 나의 직무에 혹은 그 둘 모두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둘 모두가 가능한 사람들도 있기는 할테겠지만 최근 직장과 직업에 대한 패러다임 상에도 그렇고 둘 모두를 갖는 사람들은 그 기업의 오너 외에는 많지 않을 거란 생각에 우리는 어떤 때가 되면 어디에 그 '주인의식'을 더 해야할지 선택해야 할테고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나의 시간과 그 인상 깊었던 우리 사장님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디까지나 나의 직무, 직업에 있어 '주인의식'을 갖고 남들 보다 Special하고 Expert할 수 있도록 나에게 오롯하게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세상은 X세대인 내가 세상의 일을 처음할 때 보다 많이 바뀌기도 했다.

근데 이대목에서 재밌는 건, 회사도 더 이상 '주인의식'이란 것을 얘기할 때, 회사 자체에 대해서 보다는 각자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서 이 컨텍스트를 더 많이 쓰면서도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미션을 얘기하거나 핵심가치를 얘기할 때는 여전히 사실은 주인의식과도 비슷한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A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여러분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기를

여러분 삶의 주인의식을 갖고

남이나 여러분의 회사에 휘둘리지 말고

오롯히 무소의 뿔 처럼 살아갈 수 있는 여러분 삶의 주인의식을 갖기를

그리고, 그 주인의식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도 경쟁력 있는 독보적인 당신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당연한 것의 몰락

- DeungZan, 24년 11월 3일 - 

 

'언젠가 당신은 짤리고, 당신의 회사는 망하고, 당신은 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