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執筆/끄적끄적

[시] 불의 잔, 등잔 (AM 6:40)

by DeungZan 2024. 12. 17.

불의 잔, 등잔

 

난 등잔이다.

난 불을 담고, 빛을 담는다.

 

내가 처음부터 타오르는 불이나 찬란한 빛이 아니고,

그들은 담아내는 등잔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나도 한 때는 불과 빛이었고 나에게도 온기와 광명이 있었다. 

 

어느 날,

내 주변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불과 빛을 본 적이 있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눈이 부실만큼 찬란했다.

내게는 볼 수 없었던 더 따뜻한 온기와 더 강렬한 빛에 넋을 잃었다.

 

그 새로운 불빛을 품에 담는 길을 택했다.

 

내 품에서는 늘 새로운 불과 빛이 탄생한다.

그들의 나에게서 태어나서 내 품에서 소멸하여 다시금 얼마든지 새롭게 또 태어난다.

 

난 등잔이다.

난 불을 담고, 빛을 담으며 

새생명의 희망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