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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생활/My Story

또 한 번의 酷寒을 앞두고..

by DeungZan 2024. 11. 16.

2018년 12월 31일. 
2018년 마지막 날에 12년 4개월을 다녔던 정든 회사를 떠났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1일.
또 한 번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퇴사를 앞두고 있죠.
 
두 회사, 두 퇴사에 여러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함축하면 힘들었다... 지만, 실상은 관리자로서 요구된 혹은 전문가로서 요구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고, 그 느낌에 견딜 수 없는 좌절감을 또 느꼈다는 거 겠죠.
첫 퇴사에서는 그렇게 바라던 팀장이 되고 1년을 못 버틴 거고,
이번의 퇴사에서는 4개 팀을 관리하고, 신규 사업/서비스 기획을 총괄하고, 신성장동력 업무 실무를 담당하는... 실장의 직무에서 1년을 못 버틴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하고 싶은 나머지 무리를 했고 결국은 번아웃으로 심신 크게 다쳐 심적으로는 무력감을, 신체적으로는 질병을 달고 살게 된 원인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두번째, 퇴사 결정은 9월 말에서 10월 초인데, 퇴사는 그 보다 2개월 뒤인 12월 말일로 결정되었다는 겁니다.
첫 퇴사 결정을 할 때 대표이사께서 휴직계를 내고 쉬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고 감정적으로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기도 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12월 말일까지 다니면 300%의 고정 성과급을 받을 수 있기에 인고의 시간을 견뎠던 듯 싶고, 
이번에 퇴사 결정을 할 때는 본래 10월말 퇴사를 하겠다는 나의 말에 12월까지 나오면 한 달 치 월급을 더 주겠다... 그리고, 다른 업무로의 전환도 고민해 보자...였기에 역시 12월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뭐 둘다 돈 때문이죠.^^ 
 
세번째. 퇴사 일 기다리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상실을 경험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타이틀을 내려놓고 퇴사를 하는 관리자의 입장이다보니 응당 내가 맡고 있는 업무의 의사결정권이 자연스럽게 무시되거나 이양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팀장들이 은근히 바이패스하고 차상위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보게되서 어쩔 때는 하루라도 더 빨리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또 최근에는 아주 엿같은 상황이 있기도 했는데, 타 부서에서 추진하려던 일에 문제가 생기자 그 부서 관리자들이 면피를 하기 위해 문제의 활을 내게로 돌리는 아주 X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 것을 그 부서의 실무자가 갑자기 내게 양심 선언을 하는 바람에 알게 된.... 그래서 역시 사람은 사람을 믿으면 안되는... 퇴사 결정을 하길 잘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네번째. 이게 가장 중요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퇴사 후에 확정된 계획이 없는 불확실한 시간에 표류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다 계획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안정된 수입원이 상실되고, 그럼에도 나를 바라보는 식구들의 안락한 삶을 책임져야 하고, 더 이상 소속감과 지위/권한이 더 이상 없으며, 어떠한 계획도 망실시킬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맞이하게 될 거란 사실이 하루  하루를 두렵게만 합니다. 
 
그런데, 이 네번째 공통점에서 이 전 퇴사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이 있다면 어쨌든, 살아지고 그리고 또 어딘가, 누군가의 인연을 통해서 다시 쓰임을 받을 수 있으며, 내가 내 스스로를 폄하하여 내려왔던 그 조직에서 다시금 나를 찾아 왔던, 그리고 내 능력치가 결코 내 스스로의 잔인한 평가로 훼손되고 멸시될 수준이 아님을 깨닫고, 또 다시 새 힘을 내어 위로 위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하는 기대와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또 한 번의 酷寒은 올 겁니다.
 
그리고, 이 酷寒의 시간이 지나면, 지난 세월과도 같이 더 단단해지고 더 간겅한 나로 발전, 성장하여 새 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거듭나겠죠.
이런 결정을 하는 나를 또 다시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어 오늘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길」 - 김소월

길은
가지에 있고,
마음의 문에 있다.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 DeungZan ('24.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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