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를 핀 건은 대학교 1학년 때 부터다.
고등학교 때 동네 형이나 친구들과 한 두 번 펴 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흡연은 대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다.
담배를 피는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그 나이가 되면 응당할 수 있는 기호 중 하나여서 담배를 선택했을 수도 있고, 자주 피다보니 담배 특유의 향과 맛도 좋았던 거 같다.
지금까지 한 32년의 시간동안 흡연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흡연의 기간 동안 좀 특이한 나만의 습관이 있는데 집에 있는 동안은 흡연하지 않는 것과 과음한 다음 날에는 흡연하지 않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기에 동네에서 담배를 피면 교인들에게 들킬 수도 있고 냄새도 날 것이기에 주말에나 연휴 등 집에 있을 때는 담배를 피지 않았던 습관이 지금에까지 몸에 벤 것(담배 생각이 거의 나지 않는)이고, 과음한 다음 날 흡연하지 않는 것은 숙취로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40대 초중반부터였다.
이렇듯 담배를 32년간 피긴했지만, 중간 중간 담배를 피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보니 내게는 '금연(禁煙)'이란 개념이 없다. 담배를 매일 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중간하게 끊은 것도 아니어서 금연이란 어떤 절대적인 개념보다는 필 수도 있고 안 필 수도 있는 쉬운 선택지 중에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 좋은 책들에 매료되어 Collector가 아니라 Reader로서 책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을 때 용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2만원 내외의 책을 포기하고 담배에 손이 가는 내 모습을 보며 이처럼 한심할 수가...라는 생각이 불연듯 들었다. 솔직히 담배를 금연해야겠다는 어떤 확심이나 확정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 때나 담배를 멈추거나 안 필 수 있다면 내 인생을 즐겁게 하는 몇몇의 기호 중에도 우선순위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우선순위에 있어 담배가 좋은 책을 우선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와 글쓰기, 사색하는 것도 좋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고 동료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것도 참 좋다.
그런데, 이제 50살이 넘어서 내 남은 생을 보다 윤택하고 나의 내면을 즐겁게 하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보면 나의 선택지와 우선순위가 너무나 쉽게 결정된다.
담배와 나, 담배와 책과 같이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어떤 순간이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우리의 삶이 더욱 의미있고, 흥미진진해질 재료가 되길 소망해본다.
- DeungZan ('25년 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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