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헬조선",
"헬(Hell)" +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한국 사회가 지옥과 같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MZ 세대 청년층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이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회자된 배경과 같다.
- 극심한 경쟁 사회: 취업, 학업, 승진 등에서 매우 높은 경쟁률과 압박감
- 불평등한 기회: 출신 배경, 학벌, 연줄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기회
- 장시간 노동 문화: 과도한 업무 시간과 낮은 삶의 질
-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
- 세대 간 갈등: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가치관 차이와 갈등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이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주인공 '주계나(고아성 분)'의 시선으로 그 주변의 상황과 문제를 솔직 담백하게 바라보면서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게 되었고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른 외국(극중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또 어떠했는지 3인칭의 영화이지만 1인칭으로도 감정이입을 하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주인공 주계나는 '① 흔히들 말하는 K-장녀이면서, ② 중산층 이하의 가정 환경(경기도 소재 18평 수준의 빌라), ③ 욍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 거리, ④ 경제적 상황이 다른 남자 친구와의 불안한 연애, ⑤ 젊은층이 보면 부조리, 부합리하다 생각할 수 있는 직장 생활 등'을 하며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청춘이다. (개인적으로 고아성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고아성이 아니면 쉽게 표현하지 못했을 담백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계나의 상황은 계나보다 못한 상황의 젊은이나 기성 세대들이 보면 '좀 참고 살지...' 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녀는 '① 여의도 금융회사(일반 회사와 초봉의 클래스가 아예 다른..)에서 일하고 있고, ② 홍익대라는 InSeoul 대학의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③ 꽤 괜찮은 남자 친구가 있고, ④ 경제적으론 부족하지만 화목한 가정이 있으며, ⑤ 아직은 28(살) 청춘'의 친구다. 영화 중에 배우 주종혁이 분한 자유 분방한 '재인'과의 대화에서 재인은 '지잡대를 나와 한국에서는 희망이 없었다는 뉘앙스'에, 계인은 나는 '홍익대..'라고 말을 흐리는 부분에서 젊은 층 내에서도 또 여러층으로 나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학력은 '젊은 세대들이 격고 있는 어려움의 한가지에서 중요한 차이'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홍익대가 아니라 SKY였다면 이런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까?... )
영화의 줄거리야 다른 매체에서 얼마든 다룰 것 같고...
나는 녹색과 보라색으로 정리한 '시선, 시점,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었다.
주인공은 영화의 제목 처럼 '한국이란 나라가 싫었다'기 보다는 '한국이란 공간과 시간에 처한 젊은이들, 보다 정확하게는 녹색의 상황이 개인적으로 싫었다' 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나 생각된다.
내가 '개인적'이라는 단어를 쓴 건, 극 중에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 여부도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따름이지만,
보라색의 상황으로만 보면 반드시 한국을 떠날 만큼의 상황이었을까? 한국을 떠나서 생활하던 한국 외의 공간과 시간은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움' 이란 것 외에 무엇을 더 주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이 지점에서 기성세대의 관점으로만 바라 보면 "뭐, 막 사는 구만!!! 쯔쯔쯧' 하고 혀를 찰 수 밖에 없는 영화적 연출이 있긴 했다. (알바... 자유연애... 가족과는 out of Sight..)
반면, 녹색의 상황으로만 보면 고구마 한 백 개쯤 먹고 있는 기분이 나 역시 들기도 했다.
왜냐면 이건, 연령대와는 상관없이 X세대인 나의 젊은 시절부터 51살의 삶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① 흔히들 말하는K-장남이면서, ② 중산층 이하의 가정 환경(경기도 소재 34평 아파트), ③ 욍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 거리(의정부), ④ 경제적 상황에 따른 불안한 미래, ⑤ 기성세대가 바라봐도 여전히 부조리, 부합리한 직장 생활(심지어 이제는 나도 그 가운데 하나인...ㅎ) 등'
근데, 내가 녹색을 더 절절하게 느낀 이유는 나 때문이 아니라, 내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었다.
아마 극 중 계나의 아버지는 이 녹색보다 훨씬 더 짙푸른 녹색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결국은 그 색이 바로 다음 세대에 번졌을 때 그 아버지가 갖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은 과연 어땠을까... 이런 생각에 나역시 계나 아버지의 시선, 시점, 관점으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난 한국이 좋다.
비록 힘들게 살아왔고, 앞으로의 삶도 순탄치는 않겠지만,
대한민국과 함께 살아오고 성장해 온 세대로서 이 대한민국을 더욱 소중하게 그리고, 윤택하게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라 생각한다. 또 그런 결과로 우리 다음 세대들이 이 한국적 상황을 좋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역시 우리 세대들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계인이 한국에서 배우고 한국에서 그들의 비전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의 공간과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DeungZan ('24년 12월 13일) -
'취미와생활 > Movie and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핸섬가이즈 '단연코 21세기 한국 최고의 코미디 영화' (5) | 2024.12.31 |
---|---|
[영화] 하얼빈 '잘생긴 배우들과 화려한 영상의 미장센' (1) | 2024.12.30 |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 '매력과 아쉬움의 사이' (0) | 2024.12.27 |
[음악] 메탈리카 #2. Master of puppets (0) | 2021.01.05 |
[음악] 메탈리카 #1. For Whom The Bell Tolls (0) | 2021.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