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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人間關係), 그 변화무쌍함에 대하여

by DeungZan 2025. 1. 31.

인간관계와 가치

 

그런 때가 있었다.

예전 회사에서 실장님이 참석하시는 부서 회식을 하면 실장님(이사 직급)을 중앙으로 모시고 주변에는 팀장들이 앉고 또 그 주변에는 다음 직급들이 앉아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고는 이내 한 명씩 실장님과 주거니 받거니 한 잔 씩 나누어 전체 인원이 거의 한 번씩 자리를 돌다보면 어느새 1차 회식 자리가 마무리 된다.

 

실장님께서는 늘 1차만 하셨는데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실 때면 전 직원이 좌우로 도열하여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리고 실장님은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쿨하게 귀가하셨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진급을 하면 '별(Star)'을 단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려니와 별(Star) 주변에는 행성(Planet)이 있어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임원 정도의 리더가 되면 주변에 가신들 몇이 있고 또 언젠가 별은 지고야 만다..

 

임원만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건 아니다. 자(自)의던, 타(他)이던 어느 정도 지위가 있게되면 그 사람 주변으로 사람이 모인다. 그 사람이 차기 임원 후보라고 생각하거나 그 조직에서 실력(實力)이 있다라고 생각하거나 지금은 잘은 모르지만 친해두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그 모인 사람들의 주변 사람들이 일단(一團)의 무리가 되어 눈덩이처럼 모인다. 

 

한때 그러했다. 내 주변에 사람들 말이다. 어떤 이는 사는 곳이 가깝다는 이유로 내게 다가왔다. 나를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부류 중에 하나였다. 이런 자들을 포함해서 한 회사에서 몇 개의 모임이 만들어졌다. 모든 모임의 우두머리는 나였고, 이들이 모두 모이면 거의 30여명이 넘었다.

 

별(Star)이셨던 실장님은 회사 감사에 연루가 되어 유성(流星)이 되셨다. 직접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관리 소홀로 연루가 된 셈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장들은 본사나 다른 계열사로 발령받아 영전을 했는데, 내가 모신 실장 중 유일하게 낙마하게 된 셈이다. 이 분의 퇴직 송별회에는 평소 회식 자리에 모였던 자들 중 채 3분에 1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쯤 퇴직 후 삶이 적적하실까 하여 몇몇 모였는데, 그 모인 수가 5명이었다. 별이었던 실장님은 이후 어떤 일 때문인지  직원들에게 전화를 해 금전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셨다는데, 그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접한 나는 이후 실장님의 전화를 수신차단했다. 

 

나는 그 조직에서 몇 년 간 더 일을 했고, 승진을 했고 퇴사를 했다.

 

퇴사 송별회에는 한 20여명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 많이 모일 때의 3분의 2 정도 모인 셈이다. 퇴사 후 나는 그 회사보다 나은 조직으로 가지 못했다. 나를 존경까지는 몰라도 좋아하는 후배들이라 생각했던 많은 후배들로 부터 연락이 끊겼고, 가끔 만나는 후배들은 이전처럼 나를 데하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하지 못했을 농담을 쉽게했고, 내가 모르는 주제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여전히 대기업 직원이고 나는 받던 연봉의 3분의 2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 중소기업 직원이 되어 있을 때였다.


직장 안의 연공서열(年功序列)에 갇혀 살았던 우리 세대는 서로의 관계에 대한 정립이 애매하고 모호했다. 한동네에서 자란 형, 동생 간도 아니고, 한 학교에서 학년을 나눠 다녔던 사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학 직장 안에 있을 때에는 동네 형보다, 학교 선배보다 때론 친형제보다 더 극진한 대우를 하고 또 동네 동생보다, 학교 후배보다 때론 친동생보다 더 살뜰하게 보살피기도 한다. 이런 건 전우(戰友) 간에나 나눌 수 있는 감정의 교류일 것이다.

 

그런데, 직장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울타리' 밖으로 나서면 시차는 있지만 결국은 그 연공서열에 따른 관계, 지위고하의 관계가 깨지면서 관계의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이 커지면서 '연공서열, 지위고하라는 장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관계의 실체가 매우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그 관계는 '가치(價値)'이다.

 

가치(價値)에 들어가는 '치(値)'는 값어 치를 의미하며, 철학적 해석은 '인간이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 한다. 사전적으로는 '사물이 지나고 있는 값이나 쓸모'를 의미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나 비인간적이지 않나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가령, 당신이 사과 나무 10그루를 갖고 있다고 치자. 10그루 모두가 동일하게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지만 어떤 나무는 100개, 어떤 나무는 1000개, 어떤 나무는 10개, 어떤 나무는 하나의 과실도 못 얻을 것 같고,.. 그렇게 소위 싹수가 보이고 있다. 당신은 어떤 나무의 '질(質)'을 높이려 애쓰겠는가? 너무나 명명백백한 하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의 상사에게 혹은 후배에게 갖고 있던 것은 '기대 혹은 기대치(期待値)'라고 흔히 얘기한다. 연말, 연초에 한 두번씩 KPI를 만들고, 또 평가하지 않은가? 그런 것과 더불어 감성적인 교류도 물론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가 갖고 있는 현재의 가치(價値)와 미래의 기대치(期待値)의 부산물이지 관계의 핵심은 아닌 것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나를 찾고, 응원하고, 내 미래를 궁금해 하는 선배들,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듣고 나 또한 거리낌 없이 내 비전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와 삶의 지향점에 대해 얘기 나누며 마음 속에 기대치(期待値)라는 것을 갖는다. 어떤 이의 기대치는 크고, 어떤 이의 기대치는 낮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비슷하면 우리의 관계는 계속될 것이고,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낮거나 불균형하면 우리의 관계는 1:1로는 만나지 않을 그런 관계가 될터이다. 

 

이렇듯, 인간관계는 변화무쌍하다. 그리고, 슬프지만 사실이다.

 

오랜 시간... 나를 떠난, 나에게서 멀어진 혹은 소홀해진 많은 관계과 인연에 일일이 신경쓰고 상처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즈음에야 돌아보니 남들의 시선 속에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누구를 만났던 순간보다 반가웠고, 소중했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의심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나의 가치관과 나의 관심, 나의 목표와 비전, 나의 장점과 단점, 나의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을 정리하여 새롭게 할 나의 가치(價値)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지금 어떤 관계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면, 그 관계에 가치를 되도록 보고 또 당신과 그의 가치에 대해 숙고해 보길 바란다.

 

현재의 관계에 매이지 말고, 미래의 가치에 대해 좀 더 집중해 보길 바란다.

 

 

- DeungZan ('25년 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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